생각

연휴 끝이 다가오는데... 자산운용사에서의 생활을 반추하며

specify 2024. 9. 19. 17:14
728x90
반응형

정말 시간이 빠르다.

추석 연휴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목요일이다.

물론 오늘 출근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금일 휴가를 썼기 때문에 나의 연휴는 오늘까지다.

저번주 금요일, 연휴시작 직전 직장에서 너무 거대하게 현타가 왔었다. 아, 필자는 자고로 자산운용사에 몸담고 있다.

자산운용사에서 맡은 일이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발전성은 0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현타가 왔었다. 물론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지, 배우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어느 정도 일을 수행하면서 발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산운용사 직전에 컨설팅에서 일을 했어서 그런지 일을 하면서 느끼는 공허함과 무기력함은 배가 되었다. 컨설팅에서는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그 프로젝트의 산업에 대해 배울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의 주 업무는 펀드에 변경사항이 생기면 이를 금감원에 정정하겠다고 신고를 하는 것인데, 툭하면 정정신고 할 업무들은 산더미 같이 생기고 말 그대로 변경하는 일이기 때문에 주로 반복적인 일이 많다.

예를 들어 펀드명이 A에서 B로 바뀐다고 칠 때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변경사유와 변경사항을 작성하여 보고한다.

 

ETF 시장에 지장 주지 않겠다더니…커버드콜 명칭 손보는 '표리부동' 금감원

 

 

ETF 시장에 지장 주지 않겠다더니…커버드콜 명칭 손보는 '표리부동' 금감원

ETF 시장에 지장 주지 않겠다더니…커버드콜 명칭 손보는 '표리부동' 금감원

www.investchosun.com

특히 이번에 금융감독원에서 커버드콜 ETF는 옵션 프리미엄을 받는다는 의미로 ETF명에 프리미엄을 넣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를 넣지 말라는 취지로 공시기준을 변경하였다.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다른 ETF와 다른 ‘고급’ 상품이라고 투자자가 착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이게 맞나...? 개인적으로 의아했다. 프리미엄 단어를 사용하면 무슨 착각을 한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이번 변경된 공시기준에 따르면 분배율 또한 펀드명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존에 투자자들이 즐겨 투자했던 'TIGER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 ETF'의 경우 펀드명에 분배율(이 경우에는 15%)을 삭제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ETF 담당 임원은 “상품마다 목표로 하는 분배율이 달라 상품명에 목표 분배율 수치를 넣어 왔는데, 이를 빼면 상품 간 차별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쉽지 않다”며 “기존 상품명을 변경하면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공감하는게 개인투자자들은 대개 배당주 ETF를 투자할 때 분배율을 참고하는데, 이를 펀드명에서 제외하라고 하는 건 오히려 투자설명을 소홀히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금융감독원도 투자자들이 오인할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물론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펀드명을 바꾼다고 이게 유의미하게 개선이 된다고 볼 수 있을까?

네이버 증권에 %만 검색해도 아래와 같이 ETF들이 나타나는데, 금융감독원의 변경된 공시기준에 따라 전부 다 펀드명이 변경되어야 한다.

금융감독원의 신규 공시기준에 따라 펀드명이 변경되어야 하는 펀드들

문제는 이러한 변경사항 외에도 기계적으로 변경해야 할 사항들이 펀드를 관리하는 측면에서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동화를 시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금융감독원의 공시시스템(DART)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화도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 공기업, 공공기관들의 낡은 소프트웨어에 사기업들이 맞춰야 하다 보니 이상하게끔 그들이 지닌 일의 비효율성이 사기업으로 전이가 되었다. 

혹자는 그렇게 일을 하고 돈 많이 받잖아~ 하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이렇게 반복적인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도 답답하다. 물론 내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하겠으나 소프트웨어 자체를 바꾸거나, 수탁 절차를 변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희망이 보이지가 않는다. 그렇다면 이직을 심히 고려해 볼 만하다.

이에 대해 추석에 반추할 기회가 생겼는데, 컨설팅 업계에 몸담고 있는 J친구를 만나서다. 아무래도 인턴 경력이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로 이직을 한다면 컨설팅이라는 카드가 내겐 큰 선택지로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J의 말에 따르면, 컨설팅 업계도 현실적으로 쉬워 보이진 않았다. 아무래도 지나친 워킹아워는 컨설턴트라면 누구나 반드시 넘어야 할 거대한 산과도 같았다. J는 매일 새벽 1~2시 퇴근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컨설팅 업계를 뜨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다. 갑자기 B사 컨설팅사에서 일을 할 때의 시절이 미화되지 않았나 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과연 내가 그 시간을 감당하며 돈을 벌 수 있을까? 아무래도 MZ의 효율성 측면, 가성비 측면에서는 현 직장을 따라올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에는 반드시 커리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젠 나름 주니어를 벗어날 연차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J친구는 "자신이라면 1년 간 부서이동을 한번 해보고 안될 경우 다른 곳에 지원을 하겠다"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이는 물론 염두에 둔 선택지 중 하나였지만, 구체적인 1년이라는 기한을 두고 옵션을 다양하게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말은 뭔가 더 크게 내게 다가왔다. 섣불리 움직여서 후회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1년의 텀을 두고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의 직무전환 기회를 한번 고려해 보고 되지 않으면 과감하게 다른 곳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야겠다. 컨설팅+자산운용사 경험을 높게 쳐줄만한 곳이 어디 없을까.

 

728x90
반응형